매운 고추 요리

매운 고추 요리는 캡사이신으로 인한 매운감, 소금과 감칠맛, 그리고 치즈·고기 등 속재료의 지방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 풍미를 가집니다. 로제 와인은 일반적으로 산도가 뚜렷하고 타닌이 낮아 매운맛을 과도하게 증폭시키지 않으면서 지방을 깔끔하게 절단해 줍니다. 예컨대 샤또 데스끌랑 위스퍼링 엔젤 23은 프로방스식의 섬세한 과일감과 낮은 잔탄닌으로 가벼운 치즈나 해산물 속을 채운 고추와 잘 어울리며, 산미가 기름진 여운을 씻어 냅니다.

미누티 엠 로제는 자몽·레몬 같은 시트러스 노트로 향이 선명해 허브와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매운 속을 상쾌하게 보완합니다. 달콤한 여운이 약간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약간의 단맛과 꽃향이 있는 제라르 베르트랑 꼬뜨 로즈 뮈스까 2021이 매운 자극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고기의 풍부한 감칠맛과 짙은 향신료가 많은 무거운 속을 가진 매운 고추라면 무르베드르 중심의 구조감 있는 로제인 도멘 레장팡 소바쥐, 노쎄 드 루미에르 2018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데, 이 와인은 바디와 향의 밀도가 높아 음식의 강한 풍미에 대항하면서도 산도로 입안을 정리합니다.

또 스칼라브로네 볼게리 로제는 라즈베리·딸기류의 붉은 과실과 적당한 구조로 그릴 향이나 훈연된 풍미가 있는 속재료와 조화가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선정된 로제들은 공통적으로 산도가 있어 매운맛과 지방 사이의 균형을 잡아 주며, 낮은 타닌은 매운맛을 뭉개지 않고 향긋한 과실과 허브 노트로 조화시키므로 매운 고추 요리의 다채로운 변주에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선택 시에는 속의 무게감과 매운도에 따라 가벼운 프로방스 스타일(샤또 데스끌랑 위스퍼링 엔젤 23, 미누티 엠 로제)에서 약간의 단맛이 있는 뮈스캇 계열(제라르 베르트랑 꼬뜨 로즈 뮈스까 2021), 또는 더 무거운 무르베드르·블렌드(도멘 레장팡 소바쥐, 노쎄 드 루미에르 2018, 스칼라브로네 볼게리 로제)로 조정하면 됩니다.

각 와인의 산도·바디·잔탄닌 차이를 고려하면 매운 고추의 열감은 줄이고 음식의 풍미는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