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 라크사

커리 라크사는 코코넛 밀크의 지방감, 새우·생선 등 해산물의 감칠맛, 레몬그라스·라임·고수류의 향, 그리고 고추류의 매운맛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음식입니다. 이 조합에 리슬링이 잘 맞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리슬링의 높은 산도는 코코넛 기름기가 입 안에 남기는 무거움을 깔끔하게 잘라 주어 다음 한입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예컨대 된 호프 리슬링 트로켄, 닥터루젠 블루 슬레이트 리슬링 드라이 2023, 도멘 알리망 로그네 리슬링 2023처럼 산도가 뚜렷한 스타일은 지방과 향신료의 무게를 경감시킵니다.

둘째, 리슬링의 잔존 당도는 매운맛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완전 드라이에서부터 가벼운 잔당을 지닌 와인까지 스펙트럼이 있어 매운 정도에 맞춰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간의 단맛이 있는 마르쿠스 몰리터 옥페너 보크슈타인 카버넷 리슬링 모젤은 매운 소스의 열감을 누그러뜨리고, 더 달콤한 성향의 리틀 뷰티 드라이 리슬링 2023은 매운 음식과 함께 먹을 때 편안함을 줍니다. 셋째, 리슬링의 아로마와 미네랄리티는 라임·레몬그라스·허브와 좋은 향의 대화를 만들어 냅니다.

예컨대 꽃향과 시트러스성 아로마가 두드러지는 에깜이나 신선한 레몬·허니서클 노트를 가진 리틀 뷰티 드라이 리슬링 2023은 허브 향을 보완합니다.

또한 리슬링은 대체로 바디가 가벼워 향신료의 복합성을 가리지 않고 해산물의 섬세한 감칠맛을 살려 주며, 타닌이 거의 없어 향신료로 인한 쓴맛을 증폭시키지 않습니다.

목록에 있는 리슬링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산도와 가벼운 바디(당도는 1~4/5로 분포)를 보여 커리 라크사의 핵심 문제인 '기름기 제거'와 '매운맛 조절'을 해결합니다.

그러나 지역과 스타일 차이는 중요합니다. 모젤·라인가우 등 독일산의 드라이하거나 카비넷 스타일(마르쿠스 몰리터, 군트럼 리슬링)은 미네랄·페트롤·녹색사과 계열로 산도 중심의 상쾌함을 주며, 알자스(도멘 알리망 로그네 리슬링 2023, 트림바크 리슬링 2020)는 과실감과 라이트한 풍부함으로 허브와의 조화를, 뉴질랜드(리틀 뷰티 드라이 리슬링 2023)는 강한 시트러스·미네랄리티로 라임·레몬그라스와 시너지를 냅니다.

따라서 라크사의 매운도와 코코넛의 농도에 따라 드라이하고 산도가 강한 된 호프 리슬링 트로켄, 닥터루젠 블루 슬레이트 리슬링 드라이 2023, 도멘 알리망 로그네 리슬링 2023을 기본 추천으로 하고, 매운맛이 강하거나 설탕·칠리 소스가 많이 들어간 경우에는 약간의 잔당을 지닌 마르쿠스 몰리터 옥페너 보크슈타인 카버넷 리슬링 모젤이나 리틀 뷰티 드라이 리슬링 2023을 선택하면 매운 맛을 완화하면서도 향의 조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를 고려하면 군트럼 리슬링이나 에깜도 충분히 훌륭한 페어링 옵션입니다.